동래구 국민체육센터

준비 운동에서 첫 번째 동작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아래를 보게 된다. 일렁이는 수면과 일그러진 바닥을 보게 된다. 또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배다. 오늘따라 발가락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배가 나왔지? 어제 먹은 호떡과 단팥빵이 한몫했다. 연달아 시도한 군것질이 주 사유인 것 같다.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식단 관리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마음 놓고 먹는 것 같다. 수영 외에는 별달리 하는 운동은 없기에 이대로 가다간 역효과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늘도 어김없이 단것이 당겼다.

여느 날보다 더 심하게 단것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다. 지금까지 연습한 모든 시간들 중에서 오늘이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팔을 젓는 연습을 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서 물을 밀어내는 일이 중노동처럼 느껴졌다. 자세를 연습하기 위해 벽을 잡은 상태에서 한 팔 한 팔 휘저었다. 연습을 막 시작했을 때는 드디어 완전한 자유형 자세에 근접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나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팔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나중에는 팔을 크게 돌리는 도중에 어깨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이 아픔. 어디선가 많이 느껴봤다. 학창 시절에 ‘엎드려뻗쳐’를 오랜 시간 했을 때 어깨가 아팠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통증인 것 같았다. 분명 벌 서는 시간으로 의도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 고통을 뭐라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아령을 높이 들거나 벤치프레스를 했을 때 느끼는 통증과 비슷하다고 달리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인생에서 지금 받는 수영 강습을 빼면 운동이라고 할 만한 일들을 했던 기억이 없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도 벌을 섰던 기억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처럼 제일 먼저 튀어나왔다.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 기준에서 잘못된 행동을 저질렀다고 판단이 되었을 때 학생으로서 벌을 섰다. 그때 받은 벌은 피하고 싶어도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동적이었고 강압적이었다. 앞선 행동의 대가였다. 반면에 지금 수영을 배우는 일은 내가 하고 싶어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아직 대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것은 헤엄치는 방법을 온전히 터득하는 일이다.

벌 서는 것과 수영을 비교했을 때 수동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참여로 나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동작을 실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도 있다. 다만, 벌과는 다르게 헤엄치는 연습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지금 당장 통증을 느끼더라도 내일 더 잘 헤엄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에는 신체적 고통에 죄책감과 같은 마음의 고통이 수반된다. 그 뒤에는 늘 슬픔이나 분노 따위의 감정들이 남았다. 그런데 헤엄치는 연습 이후에는 단단해지는 근육과 잘 헤엄치는 데 필요한 자세를 얻게 된다. 바른 자세로 잘 헤엄치게 된다면 분명 기쁠 것이다.

아직 잘 헤엄치지는 못하지만 며칠 새 많이 배운 것 같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실제로 잘 헤엄치는 날을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가라앉지 않기 위해 헤엄치는 방법을 성실히 배우고 연습해왔다. 그 과정에서 신체 일부가 가시에 찔리는 듯한 통증을 피할 수 없었다. 분명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성과를 원하는 주체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있다고 진단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헤엄칠 수밖에 없다. 헤엄치는 일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보통의 수강생으로서, 가라앉지 않을 만큼의 기량과 이따금씩 호흡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