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구 국민체육센터

오늘 마칠 때 강사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수영 빠지지 말고 끝까지 잘 배워봅시다.” 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런 강사님 덕문에 나 같은 작심삼일파도 사흘 이상 꾸준히 수영에 다닐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새벽 수영을 다닌 지 나흘 차. 작심삼일은 넘겼다.

드디어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했다. 벽이 없으니 한결 더 편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물의 저항을 이겨내고 움직이는 것은 늘 쉽지가 않다. 아직까지는 왕초보니까 물속에서의 움직임이 어색하다. 그저 잘 버텨주는 기관지와 허벅지가 대견하다. 지난번 연습에 비해 오늘 한결 나아진 기분이 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 발차기를 연습할 때는 제대로 하는 게 아니라 아등바등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강사님의 설명을 다시 잘 듣고서 의식하며 연습하니까 제법 감을 찾은 것 같다. 오늘은 허벅지 양쪽이 균형 있게 오르내리는 데 신경을 썼다. 허벅지를 움직이니까 골반을 비롯한 전신의 양측이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번갈아 오르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겼는데, 강사님이 “빨리 가는 것보다 물에 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던 점을 캐치한 뒤였다. 처음 물에 들어가는 방향성 때문에 물에 뜨는 자세를 잡으려고 몸을 펴는 것만으로도 풀장을 절반 정도 지나버렸다. 먼저 몸이 잘 펴졌는지 확인하고 그 뒤에 발차기를 했는데, 그러면 몇 번 다리를 젓지 않아도 풀장 끝에 닿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유아용 풀장의 시작과 끝이 짧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는 일이 효능감을 느끼면서도 지치지 않는 데 도움이 되었다.

‘빨리 가는 것보다 물에 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이제 막 수영을 배우게 된 지금의 단계에서도 필요한 개념이면서도, 수영을 배우는 전반적인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여름에 계곡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이 수영을 배우는 목적이기 때문에 빨리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지 않는 상태에서 때에 따라 잘 호흡하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한 달간 수영 강습을 받는 스스로에게 던진 과제였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에게 이런 기본을 배운 적이 없던 지난날에는 수없이 허우적거렸다. 발만 빨리 구르면 빨리 가는 줄 알고 내 멋대로 헤엄쳤던 나날들. 다른 사람이 빨리 가는 것을 보고 흉내 내려고 했다가 다리에 쥐만 나고… 수없이 실패했던 나날들. 빨리 헤엄쳐서 누구보다 먼저 영광의 자리에 앉는 것이 입신양명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날들. 그런 때가 있었다.

선수가 될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주변에서 선수가 되기를 부추긴다는 착각이 들었다. “우등생이 돼라. 그래야 나중에 편해진다.” 그런데 실상은 한 번의 도전이 끝나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반복되는 꼴이었다. 끝에 닿으면 다시 시작점으로 와서 또 헤엄쳐야 했다. 오늘의 연습처럼.

전에는 무작정 헤엄쳤기 때문에 빨리 지쳤지만,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천천히 잘 배워서 헤엄치는 일로 기쁨을 느끼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